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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자본배분 방식을 살펴보고 쓰레기 경영인 거르기

by 몽뮤 2022. 7. 13.

대리인 문제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기업을 실제로 경영하는 경영인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는, 사실 주주로서 일정 부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뛰어나고 정말 존경받는 경영인들마저 적당한 핑곗거리를 가지고 주주들의 돈으로 사치스러운 자동차와, 사치스러운 식사와, 사치스러운 호텔 숙박과, 사치스러운 전용기 등을 통해 사치스러운 인생을 즐긴다.

 

사무실의 크기를 키우고, 사무실 책상을 수억짜리로 바꾸고, 회삿돈으로 1회에 200만 원짜리 pt를 받는 게 어떤 방식으로 경영 효율을 높여주는지 주주들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지만 대부분의 경영인들이 그렇게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주들이 경영인 개인적으로(혹은 그의 가족까지 함께) 누리는 이런 방만한 사치에 대해 묵인하는 것은, 그들이 뛰어난 경영을 통해 주주들의 자본을 키워주길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회삿돈으로 요트를 타고 "사업상 미팅"을 잡는 사치스러운 경영인이라고 할지라도, 뛰어난 사업능력과 자본 배분을 통해 성과만 내준다면야.

 

 

 

하지만 어떤 경영인들은 개인적인 사치를 넘어서, 기업의 자본 배분 수준에서마저 주주를 배신하고 자신의 편익만을 늘리려고 하기도 한다.

 

사업의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자본 배분 과정에서 주주를 배반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경영인들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영인들은 대부분, 기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오너 일가다. 그러니 바꿀 수도 없다.

 

 

 

정상적인 자본 배분

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성장의 속도는 둔화되며 현금이 점차 쌓이기 시작한다. 이때 합리적인 경영인이 시행할 자본 배분은 다음과 같다.

 

1) 기존 사업의 재투자 수익률이 아직 충분히 높을 때

=> 기존 사업에 재투자한다.

 

 

2) 기존에 사업의 재투자 수익률이 낮을 때

=>

 2-1) 다른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한다 (ex.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구글의 유튜브 인수 등)

 2-2) 그런 기업을 찾기 어렵고, 자사의 주가가 내재가치 이하일 경우 자사주 매입을 한다.

 2-3) 그런 기업을 찾기 어렵고, 자사의 주가가 높다면,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준다.

 

 

 

쓰레기 경영인들의 자본 배분

기존 사업에 대한 투하자본수익률이 너무 낮아졌지만 그저 해왔던 대로 지속적인 기존 사업에 대한 자본투입을 하는 경영인들이 있다. 이분들은 쓰레기가 아니라 그냥 그 분야의 전문가일 뿐 자본배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진짜들은 다음과 같은 자본 배분을 저지른다.

 

 

1) 자사의 주가가 낮아도 절대로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오너 일가가 기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니 다른 주주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그러니 주가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만 오를 뿐이니 주가가 올라서 좋을 게 없다. 자사주 매입은 안 한다.

 

 

2) 그렇다고 배당을 하지도 않는다.

 배당을 해봐야 오너 일가는 소득이 워낙 높기 때문에 세금만 많이 내는 꼴이다. 배당 안 하고 기업 내부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면 어차피 자기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니 굳이 배당을 할 필요가 없다. 괜히 배당했다가 주가가 높아지기라도 하면 골치만 아프다.

 

 

3) 성장성 높은 기업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이상한 인수만 한다.

 어디 이상한 곳에 있는 호텔을 몇 개 뜬금없이 인수한다. 오너 일가가 편하게 즐길거리가 늘어난다.

 

 어디 이상한, 이익은 안 나지만 매출은 좀 나오는 기업을 비싸게 인수한다. 그리고 오너 일가 중 한 명을 거기에 꽂는다.

 

 어디 이상한 곳에 있는 땅만 계속 사들인다. 그러다가 오너 일가 중에 한 명 꽂아서 그 부지에서 사업성은 없는 신사업을 시작한다.

 

 

4) 자사주 매입도, 배당도, 인수도 안 하는데 이상하게 현금은 꾸준히 빠져나간다.

 살펴보면 무슨 거래처 하나에 지속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통해 현금을 토해주고 있다. 검색해보면 오너의 손자다.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한 경험이 좀 있는 분들이라면 떠오르는 종목이 정말 많으실 테다.

 

 

쓰레기 경영인이 경영하는 "저렴한" 기업들

한국엔 저런 쓰레기 같은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들이 유독 많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때문일 수도 있고, 배당세 구조가 이상해서일 수도 있고, 금융의 발달이 아직 미약해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약해서일 수도 있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원인일 수도 있고, 주주 자본주의가 미성숙해서일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해결방법이 무엇인지는 사실 일개 개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개미들이 확실히 할 수 있는 건 저런 기업들을 절대 사지 않고 거르는 것이다.

 

저런 쓰레기 경영인들이 앉아있는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얼핏 보면 저렴해 보인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이 보유한 부동산의 공시지가 수준도 안 되는 기업들도 드물지 않다.

 

미국 주식부터 접하다가 한국 주식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실수가 바로 이런 쓰레기 같은 지배구조를 가진 "저렴한" 기업에 투자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본시장이 극도로 발달하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렴한 기업은 기업사냥꾼들이 가만히 두지를 않는다. 그렇기에 자산 기준으로 '저렴한' 기업이 아주 드물고, 드물게 그런 기회를 포착하고 매수를 하게 되면 이윽고 가치와 가격의 '평균 회귀'가 일어난다.

 

하지만 한국에서 성행하는 이런 지배구조 하에서는 아무리 주가가 저렴하다고 해도 가치와 가격의 '평균 회귀'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기업이 주주가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해 일하는 이런 쓰레기 같은 지배구조의 기업이라면 조심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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