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2020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의 시점이 조금씩 엇나간다. 수요가 증가할 때 기업은 그 수요를 따라 공급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늘리지만, 그 시설투자가 실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려면 통상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그 기간 동안 반도체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하며, 그 결과로 이 기간 동안 반도체 업계는 호황을 맞이하게 된다. 농산물 시장과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2020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2020년 하반기



반도체 슈퍼사이클설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2020년 하반기, 삼성전자의 주가는 엄청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염병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시행된 무제한적 양적완화 및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유입된 유동성 성장에, 슈퍼사이클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정말 시원하게 상승했다. 대체 얼마 만에 그런 상승이었는지 모르겠다.
전문가도 행복하고 개미도 행복하고 증권사도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하던 시절이었다.
2020년 하반기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52,600원으로 시작하여 81,000원으로 마무리 되었다.
(반년 동안 무려 54% 상승)
2021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매출이 실제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정말로 이제는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는 도입으로 보였다.
D램 가격은 2020년 10월에 저점을 찍고 계속 상승하고 있었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2022년 너머서까지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2021년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83,000원으로 시작하여 9만 원대까지 올라 '9만전자'를 달성하였으나, 80,700원으로 마무리되었다.

주가는 잠시 답보 상태에 있었으나 모두들 '10만전자'를 기대하고 있었다.
(반년 동안 -3%로 보합)
2021년 하반기



반도체 업계의 매출은 계속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었다.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마저 연이어 기록을 달성했다.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있다면, 그들이 얼마나 많은 성과급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가는 이상하게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으나, 너무 빨리 '선반영'이 되었기 때문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며, 실적이 더욱더 개선됨에 따라 '10만전자'는 멀지 않아 보였다.
'12만전자'설까지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었다.
2021년 하반기에 주가는 80,100원에서 시작하여 78,300원으로 마무리되었다.
(반년 동안 -2%로 보합)
2022년 상반기

매출은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5만전자로 회귀했다.
세계는 이젠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에 떨고 있고, Fed는 금리를 무자비하게 올리고 있었으며, 개미들은 주식시장을 떠나기 시작했고, 당장 적자이더라도 미래 전망을 담보로 주가를 끌어올리던 기술주들은 주가가 1/3토막 나고 있으며, 드디어 적금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슈퍼사이클설에 걸맞게 실제로 2022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역대 신기록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5만전자다.
2022년 상반기에 삼성전자 주가는 78,600원으로 시작해서 57,000원으로 마무리지었다.
(반년 동안 -28%)
생각
1) 실적과 주가의 시차
주가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따라서 미래 수익이 '선반영'이 된다. 뉴스에 나와 널리 알려진 정보는 빠르게 가격에 반영된다.
2) 레밍
미래 실적 기대가 높을 때 주가는 '선반영' 되어 모른다. 그리고 주가가 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다시 주가가 상승하는 원인이 된다.
한번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떨어질 이유가 주가가 오를 이유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미래 실적 기대가 낮을 때 주가는 선반영 되어 떨어진다. 그리고 주가가 떨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다시 주가가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한번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오를 이유가 주가가 떨어질 이유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3) 실적 외의 변수들
금리 및 유동성은 기업의 실적만큼이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 재해, 전염병과 같은 외부적 사건이 거시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4) 증시 전문가의 신뢰성
금융업 종사자들은 고객들의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에 기반하여 수익을 얻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은 고객들의 잦은 거래에서 창출되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따라서 금융업 종사자가 고객들로 하여금 잦은 매매를 충동질하는 방향으로 편향이 되어있지 않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증시 방송 전문가들은 고객들의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에 기반하여 수익을 얻지 않는다. 그들은 조회수, 시청률에 기반하여 수익을 얻는다.
따라서 증시 방송 전문가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우량한 종목 몇 개를 골라서 적절한 가격에 장기투자하시고, 시장의 소음은 무시하세요'라는 따분한 방송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은 우리들의 장기 수익률에 연동된 수익을 얻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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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망에 따라 주가의 흐름을 예측하기란 이리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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