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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가치투자자의 실수: 망해가는 기업에 투자하기

by 몽뮤 2022. 6. 28.

상상

내가 1960년대부터 투자를 계속 진행해왔다고 상상해본다.

 

그리고 유통업계를 살펴보다 시어스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던 걸 발견한다. 미국의 유통업을 지배하던 건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되었다. 주가는 내내 부진하다.

 

60년대부터 시어스의 주가가 저렴해보이지 않은 적이 없었겠지만, 특히 월마트의 급격한 성장이 비해 뒤쳐지면서 주가는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저렴해보였다. 좀 지나고 보니 안 그래도 월마트, 코스트코, 홈디포, 베스트바이 등의 업체들과의 경쟁도 힘든 와중에 아마존이라는 거대 인터넷 소매업체까지 들어닥치면서, 주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저렴해보였다.

 

과연 그 상황에서 내가 시어스를 매수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얼핏 저렴해보이는 시어스 대신, pe가 1000이 넘기도 했던 월마트를 매수할 수 있었을까?

 

얼핏 저렴해보이는 시어스 대신, pe가 100 밑으로 떨어지질 않으며, 월가에선 부정적인 전망을 늘어놓고, 심지어 창업자의 가족까지 주식을 매도해버렸다는 소식까지 들리는, 아마존을 매수할 수 있었을까?

 

 

 

저렴하다는 판단의 근거

'주가가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일 수 있다.

 

1) 시장이 미래 전망을 지나치게 나쁘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2) 이익에 비해 너무 주가가 낮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3) 청산가치에 비해서도 주가가 낮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4) 다른 유톻업체에 비해 주가 상승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주가가 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5) per, pbr, psr 등 재무지표들이 뭔가 저렴해보였을 수도 있다.

...

 

 

 

K마트에 인수합병되어 시어스 홀딩스가 된 후의 주가흐름.

 

2022년 현재, 이미 결론이 나온 시점에서 보면 당시의 주가의 수준이 어땠는지는 명확하다. 당시 시어스의 주가는 저렴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기 비싼 주식이었다.

 

 

 

pe가 1000이 넘어가기도 했던 월마트가 오히려 너무나 저렴한 주가였다.

 

pe가 100 밑으로 떨어지질 않던 아마존이 오히려 너무나 저렴한 주가였다.

 

얼핏 봐서 저렴해보이는 것과 얼핏 봐서 비싸 보이는 것은 그 기업의 진실된 경제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다.

 

 

 

재무제표 숫자의 진정한 의미

모니시 파브라이 또한 시어스의 주가가 청산가치 이하로 떨어졌다는 이유로 시어스를 매수했다가, 찰리 멍거의 조언을 듣고, 그 포지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적이 있다.

 

시어스에는 관료화 되고 노조화 된 아주 많은 직원들이 있으며, 그런 직원들이 있을 때 단지 재무상태표 상으로 보이는 '청산가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으며, 업종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부동산 가치 또한 그 가치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회계장부에 등장하는 숫자들은 경제적 의미를 완벽하게 담고 있질 못하다. 회계장부에 겉으로 드러난 수치들이 투자의 전부였다면 버크셔헤서웨이의 회장은 워렌버핏이 아니라 회계사 시험이 어렵기로 유명한 한국의 어떤 회계사였을지도 모른다.

 

워렌 버핏의 말대로, 어떤 미지의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만을 보고는 그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초장기 장부인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사기 회사의 장부인지 알 수 없다.

 

드러난 숫자의 진정한 경제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그게 모니시 파브라이 같은 대가에게도 쉽지 않다 하더라도. 그리고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사업의 품질에 대한 정성평가를 해야할 수밖에 없다.

 

 

 

 

 

정성평가

찰리 멍거는 시어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Sears had layers and layers of people it did not need. It was very bureaucratic. It was slow to think. And there was an established way of thinking. If you poked your head up with a new thought, the system kind of turned againt you. It was everything in the way of a dysfunctional big bureaucracy that you would expect."

 

"시어는 불필요한 인력으로 겹겹이 쌓여있었다. 아주 관료주의적이었다. 생각이 느렸다. 거기에는 이미 정립되어 바꿀 수 없는 사고 방식이 존재했다. 만약 누군가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면, 시스템은 그 사람에 맞서 동작했다. 시어스는 당신이 기능장애적인 거대 관료주의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평범한 투자자가 어떻게 해야 시어스와 코스트코의 이런 정성적인 차이에 대해 어떻게 미리 알아낼 수 있었을까?

 

시어스의 낮은 per, 낮은 pbr, 지나쳐보이는 주가의 낙폭, 미약한 모멘텀, 역발상 투자를 하고 싶게 만드는 다른 사람들의 비선호, 재무제표에서 확인 가능한 청산가치보다도 저렴한 시가총액 등의 사유에도 불구하고 "비싸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코스트코의 높은 per, 높은 pbr, 높은 psr, 낮은 매출총이익률,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은 주가, 경영진에 의해 상한선이 존재하는 영업이익률, 작은 점포 수, 낮은 주주친화성 등에도 불구하고 "싸다"고 판단할 수 있었을까?

 

그 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성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절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

 

어떤 기업에 대한 정성평가를 할 수 없다면, 망하고 있는 기업을 단지 몇가지 수치만을 통해 '저렴하다'고 생각하여 매수하는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지나친 확신을 가지고 물타기까지 감행한다면 그건 나락으로 가는 길일 테다.

 

 

 

 

생각

어떠한 결론을 기대하고 이 글을 읽으신 분이 있다면 사죄를 드려야겠다. 나는 기업 정성평가를 하는 명확한 방법도 모르고, 망해가는 기업을 판별하는 정확한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다음의 몇가지 교훈을 얻고 이를 마음 속에 새겨놓고자 한다.

 

 

 

- per, pbr, 주가의 모멘텀, 과대낙폭 등의 1차원적인 이유로 "주가가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착오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숫자들 이면의 의미를 파악할 것.

 

- 결국 주가는 기업이 창출할 미래현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이고, 그 미래현금흐름의 추정에 있어서 그 기업에 대한 정성평가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니, 정성평가를 과소평가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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