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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거시경제 예측의 허망함 (ex. 유통기한 3년짜리 저금리 뉴노멀)

by 몽뮤 2022. 6. 17.

끝없던 금리 하락

엘런 그린스펀의 저금리 기조 덕에 1980년대부터 금리는 계속 떨어졌다. 이따금 금리를 올리려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시도는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긴 긴 시간 동안 금리는 하락만을 거듭해왔었다.

 

2008년 대침체 이후 시작된 양적완화로 인해 금리는 더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본과 유럽에서 명목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광경까지 목격할 수 있었다.

 

 

금리와 자산 가격

워런 버핏에 의하면 금리는 자산 가격에 작용하는 중력과도 같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자산 가격을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중력이 높은 것이고, 금리가 낮다는 것은 자산 가격을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중력이 낮은 것이다.

 

따라서 저금리 상황에서는 자산 가격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중력이 아주 약하므로, 자산가격은 그 전보다 훨씬 더 쉽게 높게 높게 날아오를 수 있게 된다. 심지어는 고금리 상황이었으면 날 능력이 부족하여 땅바닥을 기어 다녔어야 할 자산들마저, 낮은 금리를 틈타 고공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일부 회의론자들은 이런 저금리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으며, 당시의 높은 자산가격을 "거품"이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회의론자들은 돈을 잃고 낙관주의자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구경만 해야 했다. 금리는 끝없이 내려갔으며, 자산가격을 끌어내리는 방해물은 점점 사라져만 갔고, 시장은 미친 듯이 오르기만 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 없으리라 전망했던 사람들은 돈도 잃고 명예도 잃었다.

 

마침내 어떤 사람들은 저금리가 앞으로 계속 지속될 "뉴노멀"이라고 선언하기 시작했다.

 

 

뉴노멀

'이제 저금리는 뉴노멀이다.', '앞으로 인류는 저금리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금리가 다시 오를 일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얼마나 많은 전문가, 유튜버, 방송인, 블로거들이 저런 논리를 펴고 있었는가. 학위와 경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정말 우아하고 깔끔하고 설득력 있는 수식과 그래프과 통계로 무장한 이론을 바탕으로 저금리 뉴노멀설을 주장했으니. 당시엔 믿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웠다.

 

심지어는 MMT 이론까지 부상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가 MMT 이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까지 하였으니...

 

 

 

유통기한 3년짜리 뉴노멀

금리가 다시

 

2022년 6월 17일 현재의 상황에서 살펴보자.

 

금리는 오르기 시작했고, 자산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먼 미래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끝없이 오르던 일부 기술주들의 주가는 반토막 이상이 나기 시작했다.

 

저금리는커녕, FED에서 "빅 스텝"을 밟을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지가 문제다.

 

저금리는 개뿔이고 이제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올까 봐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2019년부터 슬슬 나오기 시작했던 저금리 뉴노멀설의 유통기한은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시장 예측의 어려움

그 유려한 논리로 저금리의 만성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의 전망이 옳았을 수도 있다.

 

 

만약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 사건이 일어나서 물류난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 세계적인 물류 인력난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 전염병 사태로 인한 지급된 보조금과 상승하는 자산 가격으로 인해 젊은 층의 노동 의지가 이렇게까지 하락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중국의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인해 저물가 제품들의 확산이 저하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심화된 패권 경쟁과, 그로 인해 촉발된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과, 심화되고 있던 물류난에 전쟁까지 겹쳐서 촉발된 유통망 붕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전무후무한 사건이 일어난 지 2년도 안 돼서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가 넘어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

 

 

끝없이 일어나는 외부적 충격

시장이 오로지 경제적 현상만이 발생하는 닫힌계였다면 그 뛰어난 학자들과 현직자들의 예측력은 아주 뛰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에는 외부적 충격이 너무나 자주 발생하고, 외부적 재앙이 의외로 빈번하게 들이닥친다.

 

예컨대, 러시아의 지도자가 갑자기 이런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걸 그 어떤 경제학자와 그 어떤 경제이론이 예상할 수 있었을까.

 

대규모 전염병 사태를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중국 지도층이 이런 강력한 봉쇄정책을 펼 거라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그 수많은 예상할 수 없던 경제 외부적 사건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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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런 그린스펀은 자신도 장기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FED 의장도 장기금리가 어떻게 될지를 모른다면, 우리가 어떻게 미래 경제를 예측할 수 있을까.

 

현재의 금리 상승도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 그 누가 확실히 알 수 있을까.

 

거시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를 베팅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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